[뉴스테이지]선명한 한국의 선을 긋다, 한국무용가 장현수

2009
작성자
춘천아트페스티벌
작성일
2017-07-07 20:19
조회
1155
http://www.newstage.co.kr/view.php?&bbs_id=dance_03&page=&doc_num=240
원각사 설립 100년을 기념한 젊은 전통예술인들의 향연 ‘2008 아트 프런티어 페스티벌’의 마지막 주자 한국 무용가 장현수의 공연이 지난 6월 28일 정동극장에서 열렸다.

장현수는 1996년 국립무용단 입단 이후 12년 동안 ‘신라의 빛’, ‘춤, 춘향’, ‘마지막 바다’, ‘soul, 해바라기’ 등 국립무용단의 공연에서 주역을 맡았다. 또한 그는 2002부터 적극적으로 안무 활동에 참여하여 국립무용단의 정기공연 ‘바리바리 촘촘 디딤새’에서 ‘아야의 향’을 발표했으며, 2003년에는 ‘동동2030- 바람꽃’, ‘암향’을 무대에 올렸고 2004년 ‘법- 타고남은 재 Ⅱ’와 ‘안티 워’로 제 12회 무용예술상 무용연기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번 ‘2008 아트 프런티어 페스티벌’에서 실력파 한국 무용가 장현수는 전통춤 ‘승무’와 ‘피노키오에게….’, ‘동백꽃에 부쳐’ 등의 창작 춤을 선보였다. 또한 특별히 이번 공연에서는 장현수의 공연을 축하하기 위해 국립국무용단의 배정혜 예술감독이 직접 무대에 올라 ‘이매방류의 살풀이 춤’을 추는 시간도 있었다.

손에 잡힐 것 같은 소담스런 버선발의 움직임 ‘승무’
‘통 통 통 통’ 극장의 공기를 울리는 목탁 소리로 공연이 시작되었다. 무대의 네 귀퉁이에는 전통 춤 공연에 예의 쓰이는 나무로 깎은 네 괘가 설치되어 있었고, 중앙에는 세 살 바기 어린애 키만한 작달막한 북이 놓여 있었다. 장현수는 유독 피리의 공명이 강했던 국립국악관현단의 장중한 연주에 맞추어 긴 장삼의 섬세한 율동이 인상적인 ‘승무’를 선보였다. 아담한 체구의 그가 하얀 버선발로 자분자분 한 발짝 한 발짝을 딛을 때마다 그 발 자태 하나하나가 잘 빚은 송편이 되어 무대 위로 똑 똑 떨어지는 것만 같았다. 특히 후반 부에 장현수가 등을 돌려 나풀거리는 장삼으로 북을 두드리는 장면에서는 그 두드리는 힘이 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아 그의 성숙하고 깊은 내면세계를 보여주는 듯 했다. 장현수의 ‘승무’는 매혹적인 불교적 색채와 ‘정중동’의 정수가 표현된, 조용하지만 단단한 느낌의 공연이었다.

모성으로 흐느끼다 ‘피노키오에게…’
‘피노키오에게…’에서 장현수는 소매가 넓은 붉은자주색 궁중 의상을 입고 한국판 클레오파트라로 변신을 했다. ‘피노키오에게….’라는 제목에서 보이듯 이 공연은 우화 ‘피노키오’의 주인공 피노키오처럼 거짓된 행실과 가식으로 점철된 현대의 수많은 피노키오들에게 무용가 장현수가 그들을 감싸 안는 국모의 입장이 되어 그들을 향한 애석한 심정을 표현한 작품이다. 배신과 기만이 판을 치는 요즘 사회에 길들여진 피노키오들에게 따가운 질책과 비판으로 경고하기보다는 따뜻한 인간애로 그들을 그러안는 국모의 눈물겨운 모습을 표현한 그의 춤사위가 관객들에게는 큰 감동으로 전해졌다. 이 공연에는 나뭇잎 하나 없이 배짝 말라붙은 나무 한 그루와 왕위를 상징하는 붉은 비단이 깔린 왕좌가 소품으로 등장했다. 앙상한 나무는 공연 초반에서 현 시대의 흉흉한 세태를 알리듯 황량한 바람소리와 함께 외따로 조명되었으며, 붉은 왕좌는 공연 내내 장현수의 몸짓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좌우로 움직여 장내에 불안한 기류를 일으켰다. 이번 공연의 모든 장치들은 민심을 저버린 정부와 일부 여론사들의 허위 보도 등 사회적인 이슈로 어수선한 현 시국과 맞물려 시사성을 띠며 초현실적인 형태로 다가왔다. ‘피노키오에게….’는 비뚤어진 자식을 어르듯 눈물로 흐느끼며 온정을 호소하는 어머니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는 작품으로 세파에 굴하지 않는 진솔한 인간애를 감성적으로 표현한 공연이었다.

침묵으로 불타다 ‘동백꽃에 부쳐’
‘동백꽃에 부쳐’는 2003년 ‘동동 2030 바람꽃’, 2004년 ‘철근꽃’, 장현수의 첫 개인공연인 2008년 ‘검은꽃- 사이코패스 증후군’에 이은 꽃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이다. 이 작품은 1930년대 ‘봄봄’, ‘동백꽃’ 등의 서민 소설로 문단에 화제를 일으켰던 소설가 김유정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제작된 한국무용이다. 이 공연에서는 무용가 장현수는 못 먹고 못 입었던 과거 우리 민족의 토속적이고 정겨운 정서를 서정적으로 그려내기 보다는 소설의 내용을 압축한 실험정신이 돋보이는 동작들이 주로 선보였다. 장현수는 트렌스 상태에 빠지게 하는 반복적인 전자 음악을 배경으로 때로는 기쁨에 빠진 듯 때로는 비탄에 젖은 듯 격한 감정의 굴곡을 보이며 현대무용이나 팬터마임에서 쓰일 법한 동작들을 구사했다. 동백꽃의 빛깔처럼 붉은 색의 셔츠와 바지를 입은 의상을 입은 그가 입방체 안과 밖을 오가며 무대 위에서 격렬하게 내뿜는 에너지는 극적인 신비감으로 다가왔다. 또한 무대 중앙에 설치된 흰 영사막과 삼면이 흰 천으로 둘러진 입방체 속에서 느린 흑백 이미지와 원색의 현란한 이미지들이 교차되며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영상은 12년간 국립무용단원으로 외길을 걸어온 장현수의 무수한 작업노트들처럼 느껴졌다. ‘동백꽃에 부쳐’는 소설 ‘동백꽃’의 내러티브와는 무관하게 진행되었지만 말없이 빨갛게 불타는 동백꽃의 순정처럼 순수한 무용가의 열정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연분홍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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